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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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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지금 나더라 마음을 놓으라는 거요?

물론이에요. 그녀는 추락하고 있어요. 하지만 바닥을 치고 나면 다시 올라오겠죠. 우리는 그녀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생존 본능을 느끼게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예요. 현재로서 그녀를 돕는 길은 더 많이 먹고, 마시고 우울해지게 만드는 것뿐이에요. 

 

#이 현상을 지켜보던 이브는 순간적으로 커피 속에 있는 우유가 우주 속의 은하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회전한다. 지구도. 인간의 감정도. 문제도. 밑에 있던 것은 위로 올라오게 마련이고 위에 있던 것은 밑으로 내려오게 마련이다. 

 

파피용 , YES24

 

 

#현명하다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소수의 물고기들만이 그 당황스러운 서식 환경에 적응했지. 어떤 물고기들이 말인가요?

불만에 찬 물고기들 말이오. 물속에서 사는 게 편치 않았던 물고기들. 편안함을 느낀다면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생길 이유가 전혀 없겠지. 고통만이 우리를 일깨우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든 것을 대하게 만들지요.

 

 

#우리는 최악의 시대에 태어났어. 지금처럼 질병과 폭력이 난무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했던 적은 없었지.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을걸. 페스트, 콜레라, 세계대전, 노예제도가 있었던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은 최악의 시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모든 세대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고 다음 세대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 어쩌면 결국 사오 항은 언제나 똑같을지도 몰라. 단지 우리 시대는 더 많은 정볼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끔찍하게 생각되는 거지. 그러니까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

 

#결국엔 영원히 되풀이될 수도 있어. 아주 오래전에 시작했지만 앞으로 여전히 계속되는 거지. 과거에 살아남은 인류를 태운 파피용호가 있었던 지구가 백개나 있었는지도 몰라. 미래에도 그런 지구가 백개는 더 있을 수도 있고. 생존자들의 후손들은 번번이 어디서 왔는지는 잊은 채 단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 살고 있다고 믿겠지.

 

#인류는 환생하는 거야. 다시 태어날 때마다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지구라고 부르는 행성에 자기 혼자 존재한다고 믿는 거지. 작가는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거은 인류의 습성인 것 같다고 했다. 약 6백만 년 전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다가 그곳을 떠나 유럽과 서구 세계를 발견했고 또 어떤 문제가 생기자 배를 만들어 떠났다가 아메리카와 오스트 레일리 아르르 발견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 지구에서 갈 곳이 없다면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니겠냐고 한다. 참으로 천역 덕스럽게.. 그렇다, 그와 우리의 상상력이 갈라지는 지점은 은 바로 여기인 것 같다. 우리가 하나밖에 없다고 굳게 믿는 지구에서 끙끙대고 있는 사이 그는 지구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 바깥의 시선으로 우리를 다시 보자고 한다. 

 

 

#이브를 비롯한 파피용의 창안자들은 우주선 안에서 유토피아적 사회를 실험한다. 인간의 자율적 의지와 공동체적 지향성, 그리고 기본적으로 성선을 바탕으로 한 혁명적인 실험이다. 그러나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던 우주선은 나중에는 정치가 지배하는 그들이 떠나온 지구와 똑같은 곳으로 변해 버리고 만다. 어떤 면에서 천국을 항시를 꿈꾸는 인간들에게 지옥의 도시는 필요악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1천만 년이 넘는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파피용 호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자면 참으로 쓸쓸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인간의 한계를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성에서 새로운 인류의 원형을 만들겠다던 인간들은 결국 자기 한계조차 극복하지 못한다. 베르베르는 결국 이 책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는 것은 파피용호 자체가 아니라 파피용호에 탄 인간들이라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과학적 소재를 차용한 그의 문학이 결국은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탐구로 귀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르베르의 눈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것 역시 인간이다. 그가 에야를 통해 보여 주려는 것이 바로 그런 가능성이다. 우린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 는 마지막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그의 믿음과 희망을 웅변하고 있다.  

 

 

#이브는 불구가 된 엘리와 죽음을 앞둔 맥에게 우주선에 탑승한 지구인들에게 새로운 꿈을 갖게 해 주었다. 10만 명이 넘는 지구인을 태우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그가 최종 목적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조차 없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가진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 준 이브가 고마울 따름이다. 베르베르에 열광하는 이유는 과학 전문 기자라는 이력을 가진 그의 과학적 지식 때문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새로운 사고의 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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