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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11분 - 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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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성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인물에게 영감을 받아 쓴 책이다. 

 

나는 20대 중반에 처음 읽고, 38세가 되어 다시 읽으니 예전에는 흘려 읽었을 부분들의 구절과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다른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생각하며 내가 읽은 책 중에 수위가 높은 책이다. 라는 생각만 했었다. 다시 읽어보니 성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사랑과 인생에 대해 통찰을 담은 책이다. 

요즘 장거리 운전이 많아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데, 다른 주행 차 번호판에 왜 이렇게 11이 많이 들어가고 많이 보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문득 집에 책장을 보니 "11분" 책이 있었다. 이상 요상한 뚱딴지 같은 계기로 다시 책을 들여다 보았다. 

요즘에는 경제 서적, 소설, 에세이 등의 많은 책과 SNS, 유튜브등 에서 " 인생은 유한하니 1번 뿐인 짧은 인생을 후회하지 않게 살아야 합니다. " 라고 강조한다. 

인생.

나의 인생.

한 번밖에 없는 나의 인생.

소중한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마음과.

내가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남은 나의 일생을 나의 의지대로 채우는 일에.

다른 사람, 남의 시선, 이런 것들을 내려두고. 좀 더 나의 인생을 살아야함을. 

성과 사랑에 이야기하는 11분에서 다시 한번 느껴본다. 

 

 

11분

 

 

그랬다. 

오전 11시 11분. 그녀의 이야기는 그 순간 끝이 났다. 자기 몸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 마리아는 처녀성을 재발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재탄생은 너무나 깨지기 쉬운 것이어서, 거기 계속 머물러 있는다면 자칫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도 몰랐다. 그녀는 천국을, 그리고 지옥을 분명 경험했다. 하지만 모험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 주일, 열흘, 일 주일을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서둘러 떠나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꽃으로 만들어진 시계를, 사진을 찍어 대는 관광객들과 그 주위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슬픔의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랄프 하르트 때문도, 스위스가 좋아서도, 모험 때문도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그건 바로 돈이었다. 

돈! 모든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칙칙한 색깔의 특별한 종이쪽. 그녀는 그것을 믿었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믿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그 종이쪽을 가지고 유서 깊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는 대형 스위스 은행을 찾아가 " 이 돈으로 내 인생의 몇 시간을 살 수 있을까요? 라고 물었을 때,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팔지는 않고 사기만 합니다" 라는 답변을 듣게 될 때까지는.

마리아는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소리에 놀라 망상에서 깨어났다. 운전자가 큰 소리로 투덜거렸고, 한 노인이 웃으면서 빨간 불이니 물러서라고 영어로 말했다. 

" 난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뭔가를 발견한 것 같아."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행인들은 난 좀더 기다릴 수 있어. 오늘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당장 내 꿈을 실현할 필요는 없어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 채 직장으로, 학교로, 직업 소개소로, 베른 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직업은 저주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것 역시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자신의 시간을 파는 거일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을 견뎌내는 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결코 도래하지 않는 미래의 이름으로 자신의 귀중한 육체와 영혼을 내놓는 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아직 충분히 모으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것,

기다리고, 조금 더 벌고, 욕망의 실현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

당장은 몹시 바쁘니까. 하룻밤에 350에서 천 스위스프랑까지 지불하는 손님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자신이 벌게 될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누가 알겠는가, 딱 일 년만 더 하면 그렇게 될지?), 마리아는 생애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냉철하게, 그리고 고의적으로 좋은 기회가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봄이 좀더 일찍 찾아온다면 더 오래 봄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오.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 주기를. 

 


 

그녀에겐 농장을 살 돈이 있었고, 창창한 앞날이 있었고, 삶에 대한 많은 경험과 강인하고 독립적인 영혼이 있었다. 하지만 선택은 늘 그녀대신 운명이 했다. 그녀는 또 한 번 위험을 무릅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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