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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영원한 제국, 이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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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이인화

 

#옛 시대에는 선비들의 만남에 격식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선비들은 시경에서 적당한 시를 찾아 노래를 불러 그 시적인 비유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것을 부시라고 하지요. 부시는 기본적으로 다른 시의 문장을 차용한 것이니,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부드럽고 완곡했습니다. 요즘 선비들은 그런 것을 몰라 걸핏하면 말싸움으로 낯을 붉히니 얼마나 안쓰러운 일입니까?

 

(서로 대화를, 설득을, 협상을, 주장을 이야기할 때마다 바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내가 외운, 내가 아는 만큼의 배경에서 그 적절한 시를 꺼내와 비유로 이야기를 해야 했으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바로 말하지 못해 얼마나 답답했을까. 더 많이 알아야 더 좋은 비유를 찾을 수 있으니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했을까. 비슷한 문장과 단어를 외우면서 나의 마음을 또 함축했으니 말하는 시간보다 생각하고 찾고 비유하는 노력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었겠다. )

 

#죄는 대개 궁핍 때문이 아니라 포만 때문에 저질러진다네. 무엇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더 쉽게 남을 죽이지. 이경출을 사주하여 시경 천견록을 훔쳐간 사람들은 그 책으로 인해 무슨 피해를 볼 사람들이 아니겠나? 이경출이 자네에게 발각되자 필시 문제가 커질 것을 제어하여 그를 죽여서 입을 막은 것이겠지.

 

 

#온갖 모습으로 가리어진 인생의 구름이여. 나는 처음부터 남들이 파놓은 함정에 몸을 내맡길 팔자를 타고났더란 말이냐.

 

 

영원한제국, 출처YES24

 

(운명의 받아들이는 맺음으로 쓸쓸함이 느껴지고, 덧없음이 느껴졌지만. 일어나는 일을 피하려고 해 봐야 마음과 몸만 힘들고, 늪에서 허우적대며 더 깊이 빠르게 들어가는 꼴일 뿐, 그대로 나의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마음만은. 그리고 나의 주변은. 그래도 아주 조금은 더 평안할 수 있을까. 운명을 받아들인다. 어렵지만. 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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